#13 어둠 속의 대화
"안녕하세요." 입장 5분 뒤, 첫인사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졌다. 의지할 곳은 눈 이외의 감각과 내가 들고 있는 지팡이뿐. 처음에는 답답하고, 갑갑했다.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곳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 백지 아닌, 흑지의 상태는 처음이었으니까. (영화 '어바웃 타임'의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나 또한 적응했다. 눈 이외의 감각이 의지가 됐다. 길을 안내해주시는 로드 마스터님과 동행의 목소리, 공간의 냄새, 느껴지는 분위기, 앞에 있는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촉감에서 안정을 찾아갔다. 100분의 시간이 지난 후, 알 수 있었다. 눈을 통해 감각하는 것만큼 다른 감각을 통해 감각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동시에 세상의 규칙이 전혀 달..
2020.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