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회3

#13 어둠 속의 대화 "안녕하세요." 입장 5분 뒤, 첫인사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졌다. 의지할 곳은 눈 이외의 감각과 내가 들고 있는 지팡이뿐. 처음에는 답답하고, 갑갑했다.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곳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 백지 아닌, 흑지의 상태는 처음이었으니까. (영화 '어바웃 타임'의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나 또한 적응했다. 눈 이외의 감각이 의지가 됐다. 길을 안내해주시는 로드 마스터님과 동행의 목소리, 공간의 냄새, 느껴지는 분위기, 앞에 있는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촉감에서 안정을 찾아갔다. 100분의 시간이 지난 후, 알 수 있었다. 눈을 통해 감각하는 것만큼 다른 감각을 통해 감각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동시에 세상의 규칙이 전혀 달.. 2020. 10. 12.
#26 세상은 요지경, 저는 관조하렵니다. 2020 서울사진축제가 있었다. 일상에서의 사진을 통해 사진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기획전과 한국의 사진사에 대한 흐름을 정리한 아카이빙 기획전 또한 있었다. 1910년대부터 사진 공모전이 있어왔고, 다수의 사진이 국제 보도전 등 해외의 사진 공모전에서도 수상했다는 사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혼자 서있는 자리에서 나를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를 관조하는 데서 사진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순수하고 싶습니다. 절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실하고 싶습니다. 영원한 미궁인 이 세상에서 인생을 사는 뜻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대하와 같은 여유로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육명심, 1974) 사진은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진가의 눈을 통해 관조된 세상은 사진이라는 역사로 남았다. 공모전에서.. 2020. 8. 15.
#21 일민미술관, <새일꾼 1948-2020> 전시회 4월 15일, 곧 있으면 국회의원 총선이다. 광화문 앞 광장, 일민미술관 앞 '새일꾼'이라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4.19 혁명 60주년, 투표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동시대 예술의 플랫폼이 되는가?' 이 질문을 토대로 선거라는 제도를 플랫폼으로 다양한 페스티벌, 축제, 캠페인의 형태로 전시하고 있다. 1층: 애국자가 누구냐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는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으로 경험한 첫 근대적 선거였다. 사람들에게 당시의 투표는 어떤 의미였을까. 투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였던 동시에 애국민의 의무였다. 캠페인에서도 애국자의 어필은 이어졌다. 광복 이후의 아젠다는 '애국'이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애국'의 의미는 무엇일까? '애국자'.. 2020.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