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곧 있으면 국회의원 총선이다.
광화문 앞 광장, 일민미술관 앞 '새일꾼'이라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4.19 혁명 60주년, 투표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동시대 예술의 플랫폼이 되는가?'
이 질문을 토대로 선거라는 제도를 플랫폼으로 다양한 페스티벌, 축제, 캠페인의 형태로 전시하고 있다.
1층: 애국자가 누구냐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는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으로 경험한 첫 근대적 선거였다.
사람들에게 당시의 투표는 어떤 의미였을까. 투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였던 동시에 애국민의 의무였다.
캠페인에서도 애국자의 어필은 이어졌다. 광복 이후의 아젠다는 '애국'이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애국'의 의미는 무엇일까? '애국자'는 어떤 사람일까?
'Halt and Catch Fire'에서는 사람들이 그리는 '애국'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광화문 앞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금의 사회가 공산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애국자의 신념이라고 하고. 지금의 사회는 한국만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애국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있음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의미의 애국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건 익명성이 아닐까.
'69개의 약속'에서는 역대 대통령선거 벽보에서 후보자들의 이미지를 모두 지우고, 선거 구호만을 남겼다. 색조 역시 벽보 속 다양한 색을 하나의 평균값으로 도출해 후보자들 간 변별력을 더 약화시켰다. 그 뒤 보이는 구호들은 선전과 색상, 슬로건 뒤편에 자리 잡았던 것이었다. 거의 동일해서 놀라웠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전시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Listener's Chair'였다.
의자가 원형으로 배치되어있고, 다양한 모양의 의자 위에는 각각의 헤드셋이 비치되어있다. 관람자는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익명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연은 각기 다르다. 외국인의 외국어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취업이 막막한 청년의 한숨이 들리기도 하고, 성소수자인 자식이 부모님에게 고백하는 작은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2층: 한 표 찾아 팔도강산
2층에는 60-80년대까지의 대통령 선거 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당시의 큰 아젠다는 경제개발과 민주화였다.
한쪽에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다. 관객 참여형 게임으로 관람자는 오로지 후보자의 공약만으로 판단해 지난 19번의 대통령 선거를 재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당과 후보자의 배경을 벗어나 공약 중심의 투표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3층: 지금 대단히 000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73년 간 부정투표도 많이 있어왔다. 권위주의 정권, 독재주의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부정부패의 선거는 막걸리 표 등 무궁무진했고, 체육관 선거라는 코미디쇼도 이러한 배경 하에 나타났다.
정치인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이상국가의 실현은 어려운 것인가. 토마스 모어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유토피아의 뜻이 '없는 곳'이라는 함의대로 이상을 쫓는다는 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부정의 역사가 생각을 남겼다.
4층에서는 공정한 선거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떠한 역사를 걸어왔는지를 설명해주고, 5층에는 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시위가 이루어지는 공간, 광화문.
어쩌면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장 열심히, 가장 잘 들리는 공간.
이 공간 중심에 걸려진 '새일꾼'이라는 포스터.
잘 맞아떨어졌다.
곧 다가올 4.15 선거는 73년 간의 과정처럼 새일꾼을 뽑는 자리다.
그전에 이 전시회를 돌아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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