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7년 만의 한국 내한 공연이다. 뮤지컬계의 전설적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어의 손에서 탄생한 <오페라의 유령>은 유명한 프로듀사, 작사가의 협력에 힘입어 전 세계 37개국 172개 도시, 16개 언어로 공연되는 역사를 쓰게 됐다. 특히 코로나 19 시기 전 세계 유일하게 <오페라의 유령> 무대가 한국에서 열려 K방역의 상징으로 떠오른 공연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사는 가면 속의 천재 음악가 유령, 귀족 청년 라울,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러브 스토리를 담았다. 하지만 지금에도 이를 '러브 스토리'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은 남았다. 스토리 속 한 남자의 어두운 과거와 여기에서 비롯된 한 여자를 향한 집착 어린 광기,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여자의 두려움과 연민의 공존은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메시지 자체를 떠나 <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은 모두 명곡이었다.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진행되는 오페레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유명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음악 내 가사가 시적이고, 캐릭터를 전달해주는 서사로 작용했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중 가장 유명한 넘버 TOP 3인 'The Phantom of the Opera', 'The Music of Night', 'All I Ask of You'를 꼽아봤다.
The Phantom of the Opera
https://www.youtube.com/watch?v=a7AP-XrBKC0
처음 크리스틴이 유령을 대면하고, 유령이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미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때 부르는 노래다. 죽은 아버지가 음악의 천사를 내려주었다고 믿는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음악 수업을 해 준 사람이 천사가 아닌 유령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노래 가사 중 'The Phantom of the Opera is here. Inside my mind.'은 오페라 유령의 손짓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유령의 크리스틴에 대한 통제와 억압이 느껴진다.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크리스틴의 고음 파트. 유령이 'Sing for me!'를 외침에 따라 올라가는 크리스틴의 고음 파트를 듣다 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다.
The Music of Night
https://www.youtube.com/watch?v=EBDxEHzidx0
크리스틴을 지하궁전에 데려와 유령이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다. 수십 개의 촛불로 꾸며진 세트 위에서 유령의 첫 소절인 'Night time sharpens, heightens each sensations'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차분하게 전환시킨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유령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 부분은 그도 나약한 한 인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세상을 피해 어둠 속에서 음악으로 자신의 고통을 풀어가려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의 감정까지도 느껴지는 부분이다.
All I Ask of You
https://www.youtube.com/watch?v=Yq6NUKNF3LQ
오페라의 유령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낀 크리스틴과 이를 안타까워하는 라울의 사랑 노래다. 라울은 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말하며, 크리스틴은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서로를 향한 세레나데는 'That's all I ask of you(그것만이 오직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에요.)'로 이어진다. 노래는 곧 사랑은 강요와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해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야기하듯이 진행되는 노래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씬의 화음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STY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오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담는 곳, 라디오 (0) | 2020.07.31 |
---|---|
#24 글을 몰라 불편했고, 시를 몰라 일상을 흘려보냈던 그들의 시, <칠곡 가시나들><가시나들><시> (0) | 2020.07.19 |
#22 HUMANIMAL(휴머니멀) (0) | 2020.06.30 |
#21 일민미술관, <새일꾼 1948-2020> 전시회 (0) | 2020.03.28 |
#20 소소한 즐거움과 만남의 장소, 러시아 횡단열차 (0) | 2020.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