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인기가 식은 아이돌 가수인 신진아 DJ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공간이었고, <라디오 로맨스>에서는 서브작가로 전전하던 최그림이 시청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글을 쓰는 공간이었으며, <라디오 스타>에서는 인기가 식은 가수 최곤이 DJ를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공간이었다. 라디오는 그런 공간이었다.
TV의 등장으로 라디오의 위기라는 지적은 오래간 있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앱을 통해, 주파수를 통해 흘러나온다. 어느 매체로 대체될 수 없는 라디오만의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스트리밍 없는 플레이리스트

플랫폼 상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음악, 동영상 파일을 다운이나 저장 없이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기법을 뜻하는데, 취향을 반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리스트만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OTT 서비스와 유튜브 상의 추천 목록은 자연스럽게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라디오는 스트리밍 서비스, 취향 기반의 추천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DJ와 사연을 보낸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기반으로 음악이 재생된다. 요즘의 방식과는 다르게 아날로그적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 날의 날씨, 분위기에 맞는 DJ의 선곡을 듣거나 사연자의 이야기에 맞는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이야기와 맞는 선곡 센스를 듣다 보면 누군가의 사연, 누군가의 추억에 대한 공감대가 더 높아지는 경험도 가능하다.
누군가에 대한 공감을,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라디오만큼 쌍방향적인 매체가 또 있을까. 카메라, 플래시는 없지만, 라디오는 누구보다 내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공간이다. 매일 진행되는 라디오 부스에 오는 갖가지 사연들은 일상에서 비롯된 추억, 사소한 일상 속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DJ는 사연을 읽고, 반응을 한다.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의 반응은 덤이다. 사연을 통한 이야기, 댓글을 통한 이야기, 음악을 통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소리로 꽉 차는 콘텐츠다.
일상의 이야기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 연인 관계에서의 설렘, 좋아하는 취미에 대한 공유 등 일상 속 순간들을 듣다 보면, 청취자들은 어느덧 자신의 일상을 듣는 듯 공감대가 형성된다. 특히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듣고 싶은 노래가 신청곡으로 나올 때 위로는 배가 된다. DJ와 음악을 통해 익명의 상대에게 공감하고, 상대로부터 위로를 받는 곳이 라디오다.

"오늘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오늘만 낼 수 있어." <라디오 로맨스>의 이강 라디오 PD의 대사다. 라디오를 한마디로 정리해주는 듯했다. 라디오는 오늘만 낼 수 있는 소리로 채워진 공간이다. 그때 그 시간에 적절한 음악과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라디오는 완성되어간다. 하나의 완성된 창작물이 아닌 생방송으로 다양한 사연, 반응들과 함께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과정에서 그 날의 흔적을 기록한다. 그래서 라디오는, 아직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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