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3살.
이별에 익숙해진 나이인 줄 알았다.
어렸을 때야 나에게 잘해준 오빠, 언니들이 집에 돌아간다고 하면 눈물이 나왔다. 잠깐의 이별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내 옆에 있기를 바랬다.
나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와 놀거나 나만 모르는 순간을 공유할 때, 소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점차 이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리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조차 대학에 올라와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 줄어들었고,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만큼의 사이는 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 상황이 아쉽고, 서운했다.
그런데 그 상황은 곧 인생의 이치고, 어쩔 수 없는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였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교환생활을 시작하면서 3명의 친구들과 같이 살게 됐다.
모두 다 한국 친구들이라 처음에는 교환생활의 의미를 찾기 위해, 외국인 친구들과 덜 사귀게 될까봐 멀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잘 맞는 친구들이라, 또 같이 교환 학교에 등교하고, 장을 봐서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과제를 같이 하고, 여행을 같이하면서 공유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모르는 사이 추억도 쌓였다.
Goodbye party의 연속.
몇몇 친구들은 울었지만, 나에게는 실감이 안났다.
오늘도, 내일도 볼 사이이기에.
또 나는 이 헤어짐의 익숙한 사람이라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한 명의 친구는 여행을 갔고, 한 명의 친구는 출국 3일 전이라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적막, 드디어 내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도 없었다.
저녁 5시. 찬거리가 없어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평소 같이 장을 보고, 낑낑대며 올라오는 길목에 친구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허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로 부엌 역시 허했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나도 모르게.
어쪄면 나는 헤어짐에 익숙했던 게 아니라, 진정한 이별을 해보지 않았나 보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고등학교만큼의 끈끈한 친구는 못 만날 줄 알았다.
속단했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이 친구들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했고, 어느덧 나는 잠깐의 헤어짐이 싫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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