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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8 언제나 질리지 않는 단어, 여행

by cho_bibim 2020. 2. 12.

나라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렸을 때에는 가족들과의 패키지 여행이었다. 오랜시간 여행을 다니기 쉽지 않은 가족들과의 여행은 효율적이었다. 여행하는 곳의 유명한 부분을 모두 찍고 도는 여행이었다. 장단이 모두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돈을 모아 떠난 여행지에서는 맛집을 찾아떠나고, 예쁜 곳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떠드는 재미 또한 있었다.

 

그러다 교환학생이 되어 떠난 여행지에서는 여행의 색다름을 맛볼 수 있었다.

여행이 주는 특별함이 부각되지 않았던 유일한 시간들이었다.

그 유일한 시간들에는 친구들과의 여행도 있었지만, 혼자서하는 여행 그리고 동행을 구해 떠나는 여행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역시나 재미있었다.

여행지에서의 감흥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꼈고,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나만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쇼핑은 좋아하지 않아', '나는 자연보다는 도시가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니만큼 친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도 함께 해보면서 나 또한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일들도 충분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생각보다 빈티지나 편집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자연을 생각보다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혼자서하는 여행은 처음엔 두려웠다.

정확히 말하면 고독, 고독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러나 혼자하는 여행이기에 즐길 수 있는 속도가 있었다.

나만의 속도대로, 내가 원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여행이 되었다.

속도를 알아서 조절할 수 있으니 잠시 앉아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 그림을 보고 한참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혼자서 고독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이 곧 나만의 여백이었다.

 

동행과의 여행은 설렘과 긴장 그 중간에 있었다.

만나기 전,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평소에 알지 못할, 여행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교집합이 없는 사람과의 만남은 매번 낯설지만 즐거웠다.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도 듣고,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겼다.

날씨가 좋을 것으로 막연하게 예상했던 포르투갈에서의 여행은 동행을 하게 된 언니 덕분에 색다른 현지체험으로 채워졌다.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오는 에그타르트 맛집에서 에그타르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저녁바에서 파보공연을 2시간 넘게 보면서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

고생길이 훤했던 아이슬란드에서 동행은 함께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눈폭풍 때문에 갇힌 숙소에서 즐거운 이야기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단어다.

동시에 그때의 상황, 분위기에 따라 다른 색깔을 띨 수 있는 포괄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하기에 언제나 질리지 않는 단어, 여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