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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2

#12 사람냄새가 나는 곳, 모로코 5일간의 모로코 여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친구들의 늦은 합류로 러시아 친구와 단둘이 마라케시에서의 1박을 보내고, 13시간의 버스를 타고 메르주가 사막투어를 한 뒤에 8시간의 택시를 타고 페즈공항으로 가는 코스였다. 듣기만 해도 벅찬데, 첫 마라케시에 도착한 순간 나는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동안 영상을 통해 봐 온 모로코에 대한 이미지는 '방심하다간 큰일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지들과는 너무나 달랐던 곳, 모로코. 첫 아프리카 땅을 밟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었고, 무서웠던 일도 있었다. 옛 이슬람 세력이 오랬동안 집권했던 곳이기에 궁전을 들르러 가는 길이었다. 왕궁 근처를 헤매자 앞에 있던 한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여기 오늘 Spicy market 때문에 운영 안해요. .. 2020. 2. 14.
#9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현실적인, 사하라 사막의 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현실적인 거 같은 거 있지?" 바로 뒷 낙타를 타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몰랐다. 그러다 들어온 경치. 한쪽에서는 해가 져 핑크색으로 물들인 하늘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Full moon 시즌이어서인지 달 뒤편으로 광이 났다. 해와 달이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바로 그 순간, 그 경계를 뚫고 사막 모래를 걷는 낙타 무리, 그리고 그 위에 우리들. 아무리 생각해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비현실적인 공간과 시간에 함께하고 있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주 탁월한 묘사라고나 할까. 사하라 사막에서의 밤은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2020.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