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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by cho_bibim 2020. 10. 19.

www.youtube.com/watch?v=DIUFCi0CgEI&feature=youtu.be

꼰대들은...우리 세대는...

책에서 나온 참신한 논지는 세대론 자체의 위험성이었다.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는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게 만들고, 세대 외의 경제적 지위, 사회적 지위 등 기타 요인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때의 세대는 엄밀히 말해 연령대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세대란 어떤 의미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세대란,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을 말한다.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세대론은 좀 더 복잡하다.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0대, 20대, 30대 등 연령대로 구분하는 연령 효과, 각 연령대가 가치관 형성기인 10대나 20대에 겪은 중요한 사건을 바탕으로 세대 특성을 정의하는 코호트(동년배) 효과, 전체 세대가 함께 특정 정치 사회학적 사건을 겪으면서 형성된 사회 구성원의 성향 변화를 보는 기간 효과가 이에 해당한다. 즉, 대개 우리가 썰로 이야기하는 세대는 연령 효과와 맞닿아 있고, 이 책에서 다루는 Z세대는 코호트 효과에 가깝다.

Z세대의 정체성: 우리는 지구인 정체성을 지닌다! 그래서 갖는 정치적 올바름, 공정성, 진정성에 대한 관심!

책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와 다른 X, Y세대를 해외 이민에 비유한다. X세대는 아날로그의 세대에 태어나 자라다가 디지털의 세계로 이민을 간 세대다. Y세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디지털 세계로 이민을 간 이민자 2세다. 이에 반해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계에서 자란 케이스다. 따라서 Z세대는 디지털의 문법에서 자라난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포노 사피엔스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해 검색, 소통하면서 연결됨을 느낀다.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세계이고, 일상을 SNS상에서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연결된 세상에서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지구인 정체성을 지닌다. 즉, 정치 경제적으로 동조화된 모바일 플랫폼, 인터넷의 세상에서 이들은 국가, 인종에 상관없이 동시대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 등을 매 순간 소통하고 있기에 Z세대는 인종, 성별, 국가, 지역을 넘어 차별적인 것,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뮬란>의 촬영 배경이 위구르 민족을 억압한 공간이었다는 인권적인 문제, 동양 문화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 의심되는 영화 속 장치에 대한 문제로 영화를 소비하지 않는 움직임이 보였다는 것도 예시 중 하나이다.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진 사건 이후 미국을 넘어 유럽, 한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Black lives Matter'라는 해시태그를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이에 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항의하는 행동까지 일어났던 것 역시 Z세대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예이다. 성별, 성 정체성, 인종만큼이나 환경, 기후 변화 문제,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 역시 Z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다. 

기업 역시 Z세대를 겨냥하고 이슈에 관한 진정성 있는 행태를 보이고자 노력한다. 나이키는 흑인 인권에 대한 문제가 한참 불거졌을 때,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의 간판스타 흑인 선수가 국기에 대해 예를 표하지 않았던 것이 논란이 되었는데, 이 선수를 과감하게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이러한 선택은 차별이 없고, 공정한 사회를 지지하는 Z세대의 지지를 받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광고에 내세운 것 역시 아름다운 몸의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Z세대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BTS의 핵심 메시지인 'Love Yourself' 역시 Z세대에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 사례이다. 

한국의 Z세대는 공정성에서만큼은 특수성이 있다. 무엇보다 절차적 공정성, 즉 공평에 민감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절차적 공정성을 최우선적 진리로 여기게 하는 한국의 입시제도가 있다. 더 노력하는 자가 더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면서 결과의 균형을 맞추는 평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의 회로가 누군가에겐 불리한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맥락을 제거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위주로 소비하는 환경에 있는 이들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맥락을 고려할 수 있도록 사회와 기성세대가 인프라를 깔아줄 수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Z세대의 소비: 취향 존중의 시대

Z세대가 경험한 세상은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태어날 때부터 세계의 초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었고, 국무 장관은 여성,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 CEO가 동성애자였다. 이들에게 개인의 다양성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도 큰 의미가 없다. 개개인의 다른 '취향'일뿐이다. 윤리적, 법적 문제만 없다면 무시되어야 할 취향은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동일한 취향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끈끈하게, 오프라인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는 관계(Contact보다 Connect가 익숙한 관계)도 많이 보인다. 책모임인 트레바리, 소셜 살롱 문토 등의 취향 공유 커뮤니티는 대표적인 Z세대의 느슨한 연결이다.

Z세대의 일하는 방식: 수평적, 선한 조직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퇴사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사 3년 미만 내의 직원들 다수가 회사를 떠났다. Z세대의 퇴사율은 더 높다. 이들은 불합리한 회사의 관습, 문화에 적응하기보다 저항하고, 필요에 따라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필요한 정보는 효율적으로 인터넷에 검색하는 세대에게 쓸데없이 보여주기식 보고서 수정은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각자의 선택, 취향을 존중하는 세대인 이들에게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잘 안 맞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가치 또한 Z세대에게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에 회사가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 Z세대는 가감 없이 말하는 편이다. 따라서 Z세대와 잘 어울릴 수 있는 회사는 자율적인 회사 문화,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경청을 통해 소통하려는 리더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제는 다가올 Z세대

저자의 첫 머리말에서처럼 세대를 하나로 일반화하기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고,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Z세대가 겪는 환경적 변화에 따른 성향은 정리해볼 수 있다. 확실한 건 세상은 여러 세대들과 어울려 지내는 곳이다. 이러한 얽힘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다른 부분은 맥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Z세대가 사회의 중요한 입지로 떠오르고 있다. 책을 통해 Z세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Z세대는 말이야...'라며 썰을 풀고 있다면, 옆에서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라고 말할 수 있기를.